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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Insight] 코로나19 시대, 조직의 기저질환을 해결하라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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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의 특징은 건강한 사람들은 감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지나가나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큰 위험이 된다는 점이다. 이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다면 기저질환을 앓고 있던 기업들 순으로 문을 닫게 될 것이다.지속가능성이라는 장기적 건강성이 무시된 상태로 오랫동안 경영해 온 기업은 사람과 똑같이 당뇨, 고혈압, 비만과 같은 기저질환에 걸린다. 기업의 목적-사명보다 단기 성과에 집중해 온 회사는 고혈압에 걸린 회사다. 회사의 사명과 목적을 달성하는 일이 공식적인 평가보상과 연동되어 있지 않으며 몰입하지 않는 태도를 가진 회사는 당뇨병을 앓고 있다.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일보다 동료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일이나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가짜 일이 더 많은 회사는 비만증에 걸린 회사다. 코로나가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갑작스런 죽음으로 이끌어왔듯이 이러한 기저질환을 가진 회사들도 갑작스런 외부의 변화충격을 받으면 단기간에 추락할 수 있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기업들은 상당부분 이런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고위험군에 속해있다.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자신들의 기저질환을 인지하고 기업의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경영의 근원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조직의 기저질환을 해결하다
단기적 성과주의는 신자유주의의 이념이다.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산출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단기적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직원들이 초단기적으로 스프린트 경기를 해야 하고 여기서 살아남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조직 내 정치에도 시간을 쏟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회사에서 제공한 성과는 고객들이 원하는 진정한 가치가 아니다.
펩시의 건강한 기업 가치를 만들어낸 인드라 누이 펩시 CEO는 후배들에게 "회사가 제시한 성과는 설익은 과일이다. 성과를 넘어 제대로 익은 과일을 전달하라"라고 충고했다. 회사는 익은 과일처럼 잘 포장해서 자신들의 성과를 전달하지만 이런 성과 중에는 썩은 과일과 덜 익은 과일이 근사한 포장에 싸여 전달되는 현상이 있고, 이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쟁과 단기실적주의가 산출한 대표적인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대에 고객들은 어떤 회사가 자신의 장기적 생존에 진정성을 가진 회사인지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를 선정한다. 평소 고객에게 포장만 멋지게 해서 덜 익은 과일을 전달한 회사들은 고객의 생존을 위한 파트너가 될 수 없고 가장 먼저 퇴출된다.
인드라 누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목적경영Management by purpose을 기반으로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라고 주문했다. 목적경영은 기존의 전략경영과는 다른 개념이다. 전략경영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가격이나 품질 혹은 이 두 가지 모두를 통해 초격차를 만드는 것이라면, 목적경영의 차별화는 우리 회사가 다른 회사와 왜 다른 회사인지를 존재의 수준에서 증명하는 차별화를 요구한다. 누이가 말한 것처럼 고객에게 제대로 된 잘 익은 과일을 전달해 우리 회사의 목적에 대해 차별성을 체험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차별화는 가격이나 품질 혹은 가성비의 차별화에 머물게 된다. 목적을 실현해 잘 익은 과일을 전달하는 기업만이 다른 회사들과 전략적으로 차별화된 경영을 할 수 있다.
회사를 경영하는 정도의 원리인 목적의 관정을 찾아 울타리를 세우고, 이곳에 혁신의 파이프라인을 만들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목적이 담긴 체험을 서비스와 제품으로 제공하는 정렬된 단순화와 구조조정에 실패한다면 기저질환에 걸린 기업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목적경영의 원리에 따라 기업이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면 기업들은 고객에게 제대로 된 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 가짜 일의 상당부분을 덜어내 비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협동을 넘어서 협업하는 회사
코로나 사태로 구성원간 비대면 접촉이 늘어난 회사들은 일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안으로 협동을 넘어 공동의 목적에 대한 몰입을 통한 협업 증진에 승부를 걸고 있다. 협동은 자신의 개인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와 같이 일하는 형태이다. 협동에서는 집단의 목적은 암묵적이고 개인의 목적이 명시적이다. 결국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하는 협동은 개인의 생존을 위해 조직정치를 키우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불필요한 성과들을 창출할 위험성이 크다. 반면 협업은 공유된 목적을 실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협동에서는 만남을 통해 조율이 일어나 조직정치와 연기가 필연적이지만 협업에서는 목적을 통해 조율이 발생해 이런 거래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코로나로 비대면 접촉이 늘어남에 따라 접촉의 질에 대한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지금, 목적을 기반으로 한 협업만이 구성원간 불필요하게 비대해진 만남의 상당부분을 구조조정 하는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회사가 자신을 차별화 시키는 목적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구성원들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역량을 어떻게 의미 있게 써야할 지에 대해 가늠할 수 있다. 또한 차별화된 목적에 대한 믿음이 있을 경우 이 목적은 지금 같이 일하고 있는 팀에 울타리를 제공해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의미 있는 업무에 집중하게 할 수 있다. 회사의 공유된 목적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경우 구성원들은 개인의 목적을 내려놓거나 공유된 목적과 정렬시켜 구성원에 대한 제대로 된 신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금 코로나 시대에 기업이 회복탄력성을 복원할 수 있는 대부분의 비밀이 여기에 들어 있다.



윤정구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에서 인사-조직-전략을 가르치고 있다. 아이오와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미국 코넬대학교 조직행동론 학과의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대한리더십학회 학회장을 역임했고, 지금은 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의 회장과 한국공정거래학회의 부회장이다. 저서는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진성리더십≫ ≪사회적 헌신≫ ≪황금수도꼭지≫ 등 다수가 있다.


출처 : 윤정구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글_2020년 06월호 / 2020-05-26 (HR Insight)